글로벌 플랫폼?

“따뜻하면서도 차갑지 않은 느낌으로 해주세요” 현장에서 고객님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듣는, 그리고 가장 어려운 요청 중 하나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런 추상적인 형용사를 ‘자재’와 ‘수치’라는 명확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오늘 오후 미팅은 새로 입주할 신혼부부 고객님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고객님은 ‘미니멀하지만 아늑한’ 분위기를 원하셨습니다. 저는 샘플북을 펼쳐 보이며 화이트 톤의 벽지 중에서도 푸른 기가 도는 화이트와 노란 기가 도는 웜 화이트의 차이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바닥재 역시 강마루의 텍스처가 주는 시각적 온도 차이를 직접 만져보며 고를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현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변수들 미팅 도중 기존 벽면을 뜯어보니 예상치 못한 결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살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수 작업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과정도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고객님은 당초 계획에 없던 지출에 잠시 고민하셨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 제안을 신뢰하고 받아주셨습니다.
고객님의 라이프스타일을 듣고, 그에 맞는 동선을 함께 그려나가는 시간은 늘 즐겁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오늘 나눈 대화들을 정리하며 머릿속으로 새로운 거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고객의 꿈이 담긴 공간을 현실로 만드는 이 직업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