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에
족보

오전 9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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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새로운 도면을 마주한다는 것 사무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어제의 작업 흔적이 남은 종이 냄새와 약간의 긴장감입니다. 컴퓨터를 켜고 도면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 전, 진한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이 시간이 제게는 가장 소중한 루틴입니다.

오늘 오전의 주된 업무는 강남의 한 단독주택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의 가구 상세도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주방 펜트리장의 깊이를 5cm 더 깊게 할 것인가, 아니면 복도 공간을 더 확보할 것인가 하는 사소해 보이는 결정들이 모여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디자이너의 하루는 이런 수천 가지의 ‘선택’으로 채워집니다.

영감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옵니다 도면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는 책상에 앉아 있기보다 잡지를 뒤적이거나 창밖의 빛이 떨어지는 모양을 관찰합니다. 햇살이 창틀에 걸려 바닥에 만드는 그림자의 각도를 보며, 거실 조명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죠. “이 공간에서 살게 될 가족은 아침에 어떤 기분으로 눈을 뜰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비로소 정답에 가까운 선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점심 전까지 수정을 마친 도면을 현장 팀장님께 공유하고 나면, 비로소 오전의 치열했던 고민이 일단락됩니다. 이제 오후에는 먼지 가득한 현장으로 나가, 종이 위의 선들이 실제 벽체가 되는 과정을 확인하러 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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